플랍에서 체크가 두 번 돌았다. 세 번째 사람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딜러의 손이 먼저 움직인다. 턴 카드가 보드에 깔린다. 누군가 “아직 액션 안 끝났어요”라고 말하고, 테이블이 멈춘다.
여기서 나오는 답은 보통 세 가지다. 그 카드를 빼고 다음 장을 턴으로 쓰자, 리버 자리를 턴으로 당겨 쓰자, 아니면 그냥 판을 다시 돌리자. 세 번째는 확실히 틀렸고, 두 번째는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글은 그 바뀐 부분에 관한 이야기다.
답부터 — 세 단계로 끝납니다
미리 깔린 보드 카드는 플랍이든 턴이든 리버든 처리 구조가 같습니다. 순서만 지키면 됩니다.
- 진행 중이던 베팅 라운드를 먼저 끝낸다. 액션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차례를 돌려준다. 정정은 그 다음이다.
- 이미 놓여 있던 번 카드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번으로 남는다.
- 미리 깔린 카드를 덱 스텁에 되돌리고, 스텁 전체를 다시 섞은 뒤, 번을 추가로 태우지 않고 해당 스트리트를 다시 깐다.
근거는 토너먼트 운영의 사실상 표준인 TDA(Poker Tournament Directors Association) 규정 39조와 권장 절차 RP-5입니다. 국내 라이브 토너먼트와 홀덤펍 대부분이 이 기준으로 운영되니, 분쟁이 길어지면 결국 여기로 돌아옵니다.
‘리버를 턴으로 올려 쓰는’ 방식은 더 이상 쓰지 않습니다
오래 친 사람일수록 이 방식을 기억하고 있다. 턴이 미리 깔리면 그 카드를 판에서 치우고, 베팅을 마친 뒤, 원래 리버가 됐을 카드를 번과 함께 턴 자리에 올린다. 그리고 치워둔 카드는 나중에 덱에 섞어 넣어 리버를 깐다. 소위 ‘내추럴 리버’ 처리다.
2022년 TDA 개정에서 이 절차가 통째로 빠졌다. 지금은 턴도 리버와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 카드를 스텁에 되돌리고, 그 자리에서 스텁 전체를 다시 섞고, 번 없이 턴을 다시 깐다.
이유는 확률이다. 예전 방식에서는 노출된 카드가 보드로 돌아올 수 있는 통로가 마지막 한 장뿐이었다. 즉 그 카드를 기다리던 사람의 아웃츠가 사실상 절반으로 깎였다는 뜻이다. 스트레이트 플러시 한 장이 딜러 실수로 사라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왜 고쳤는지가 분명해진다. 지금 방식은 그 카드를 원래 있어야 할 확률 그대로 덱 안에 돌려놓는다.
그래서 테이블에서 “예전에는 이렇게 했는데”라는 말이 나오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2022년 이전 기준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번을 왜 한 장 더 태우지 않나
섞은 덱에서 다시 깔 때 번을 한 장 더 태워야 할 것 같지만, 태우지 않습니다. TDA 38조가 이유를 한 줄로 적어 두었죠. 번 카드는 스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카드 순서를 보존하려는 것이 아니다.
순서를 되돌리는 게 목적이라면 태운 만큼 맞춰야 하겠지만, 애초에 목적이 그게 아닙니다. 번은 스트리트당 한 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미 태워 둔 번이 있으니 그 조건은 충족된 상태고, 새로 섞은 스텁에서 바로 카드를 가져옵니다.
한 가지 더. 핸드 도중에 스텁을 다시 섞을 때는 반드시 엎은 채로, 아무 카드도 노출되지 않게 섞어야 합니다(39조 D항). 섞는 과정에서 한 장이라도 보이면 문제가 더 커집니다.
이건 미스딜이 아닙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어긋난다. 보드 카드 오류는 미스딜 조항으로 다루지 않는다. 미스딜 조건을 열거한 35조는 초기 딜에 관한 규정이고, 플랍 이후에 벌어진 일은 그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가 다르다. 판을 다시 돌리지 않는다. 버튼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팟에 들어간 베팅은 전부 유효하게 남는다 — 되돌려 받을 칩은 없다. 미스딜이었다면 딜 자체가 무효가 되고 같은 핸드를 다시 돌렸겠지만, 보드 카드 오류는 핸드를 끊지 않고 그 지점만 고친다.
‘실질 액션(SA)’ 개념도 여기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SA는 미스딜 선언 시한을 가르는 기준이다. 어디까지가 미스딜이고 액션 몇 개가 지나가면 선언이 막히는지는 미스딜 선언 시한과 실질 액션 쪽에 정리해 뒀다.
플랍이 4장이거나, 번을 빼먹었다면 — 처리가 다릅니다
미리 깔린 카드와 혼동되기 쉬운 두 상황이 있습니다. 둘 다 39조에 별도 항으로 들어가 있고, 절차가 위와 다릅니다.
플랍이 3장이 아니라 4장으로 깔린 경우(39조 A항). 노출 여부나 “어느 카드가 원래 딸려 나온 건지 알 것 같다”는 추정과 무관하게, 플로어를 부릅니다. 딜러가 네 장을 엎어서 섞고, 플로어가 그중 한 장을 무작위로 뽑아 다음 번 카드로 씁니다. 남은 세 장이 플랍입니다.
플랍을 깔면서 번을 빼먹은 경우(39조 B항). 기준은 액션 여부입니다. 아직 아무도 액션하지 않았다면 세 장을 엎어서 섞고 한 장을 번으로 뽑은 뒤, 남은 두 장에 스텁의 다음 카드를 더해 플랍으로 씁니다. 반대로 체크 하나라도 나왔다면 그 세 장을 그대로 플랍으로 인정하고 진행합니다. 턴에서는 번을 한 장만 태웁니다.
체크 한 번이 기준선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카드를 보고 액션한 사람이 생긴 순간, 그 카드를 되돌리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공짜 정보를 주는 일이 되니까요.
캐시 게임이라면 그 룸 기준을 먼저 물어보세요
TDA는 토너먼트 규정이다. 캐시 게임은 룸마다 운영이 갈리고, Robert’s Rules 계열을 쓰는 곳에서는 아직 예전 방식의 처리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턴이 미리 깔렸을 때 ‘치우고 리버를 당겨 쓰는’ 절차를 그대로 운영하는 룸이 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를 테이블에서 따질 일은 아니다. 하우스 룰이 먼저다. 앉기 전에 한 번 물어보는 편이 빠르고, 애매하면 플로어를 부르는 게 맞다. 쇼다운 단계의 절차 역시 룸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공개 순서 기준은 쇼다운 공개 순서에 정리해 뒀다.
온라인에서는 이 상황이 생기지 않습니다
온라인 테이블에서 보드 카드가 미리 깔리는 일은 없다. 룰이 관대해서가 아니라, 카드를 내보내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버가 베팅 라운드의 완결 여부를 먼저 계산하고, 완결되기 전에는 다음 스트리트를 내보내지 않는다. 섞는 시점도 딜 시작 시점으로 고정돼 있다.
결국 이건 라이브 테이블의 문제다. 사람이 카드를 돌리는 한 손이 먼저 나가는 일은 계속 생기고, 그때 테이블이 뭘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느냐가 판을 가른다.
자주 묻는 질문
다시 섞으면 아까 봤던 그 카드가 또 나올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의도된 결과입니다. 딜러 실수로 어떤 카드의 등장 확률이 줄어드는 상황을 막으려고 바꾼 절차니까요. 그 카드를 봤다는 사실은 되돌릴 수 없지만, 덱 안에서의 확률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섞은 다음에 번을 한 장 태우던데요?
태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해당 스트리트의 번은 이미 보드 옆에 놓여 있고, 번은 스트리트당 한 장뿐입니다. 두 장을 태우면 쓰지 않아도 될 카드가 덱에서 빠집니다.
미리 깔린 카드를 아무도 지적 안 하고 베팅이 돌았다면요?
그 시점부터는 플레이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카드를 보고 칩을 넣은 사람이 이미 생겼기 때문에 되돌리는 쪽도 손해를 만듭니다. 플로어를 부르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그대로 설명하는 게 유일한 정답입니다.
전원 올인이라 더 베팅할 사람이 없다면요?
1단계에서 끝낼 베팅이 없으니 바로 2·3단계로 갑니다. 번은 그대로 두고, 카드를 스텁에 넣어 섞고, 번 없이 다시 깝니다.
플랍이 미리 깔렸을 때도 똑같나요?
네. 플랍 세 장을 통째로 스텁에 되돌리고, 프리플랍 베팅을 끝낸 뒤, 섞은 스텁에서 번 없이 새 플랍을 깝니다. 프리플랍 번 카드는 그 자리에 남습니다.
테이블에서 기억할 건 한 문장
번은 그대로, 깔린 카드는 덱으로, 섞고 나서 번 없이 다시. 이 순서만 알고 있으면 딜러가 손이 먼저 나갔을 때 테이블이 멈춰 있는 시간이 몇 분에서 몇 초로 줄어든다.
그리고 애매하면 플로어다. 플로어를 부르는 게 분위기를 깨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분위기를 깨는 건 플레이어 다섯 명이 각자 기억하는 규정을 들고 10분을 쓰는 쪽이다.